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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 글쓰기 시스템

작성일2010.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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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미국 대학 글쓰기 시스템

 

“고등학교 독후감이네.” 처음 대학에 들어와 리포트란 것을 써내고 들은 평가다. 그러나 그 평가를 받아들고도 한참 고개를 갸우뚱 해야했다. ‘그래서 고등학교 독후감이 좋다는 거야, 안 좋다는 거야’ 학기말 성적표를 보고서야 그게 안 좋은 뜻임을 깨달았다. 다행히 고학년이 되면서 알음알음 스킬을 터득하게 되고, 교수님들 스타일도 알게 됐지만 지금도 ‘대학리포트는 어떻게 써야 하냐요’하고 누가 물어본다면 선뜻 답하지 못할 것 같다

 

튜터링 중인 튜터와 학생

 

도서관 내에 위치한 튜터링 장소

 

튜터에 대한 기본 이력과 정보가 적힌 안내문

 

글짓기 튜터와 학생

 

튜터링에 대한 안내문

 

학생의 에세이를 읽어보는 튜터

 

작문 수업 1학년 필수 과목!


그러나 미국 대학생들에겐 적어도 ‘어떻게 리포트를 써야하나’에 대한 걱정은 무의미해 보인다. 리포트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을 전문적인 곳이 존재하며, 무엇보다 학교 내에 작문을 위한 체계적인 수업 시스템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국 대부분의 대학은 학생들을 위한 학문적인 글쓰기 교육 시스템을 탄탄하게 갖추고 있다. 리포터가 현재 공부하고 있는 아칸소 대학도 1학년들에게 작문 수업을 의무적으로 듣도록 하고 있다. 실제 2009년 가을 학기 들은 작문 수업 커리큘럼은 살펴보면, 교재는 세 권 ‘the St. Martin’s Handbook’ ‘Perspectives on Contemporary issues’ ‘Devil’s highway’, 수업은 일주일에 한 번씩 3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먼저 주 교재 ‘the St. Martin’s Handbook’를 통해서는 문법과 에세이의 스타일에 따른 글쓰기 형식 등 실용적인 내용을 접하게 된다. 예를 들어 에세이 스타일 부분에선 APA스타일, MLA, Chicago스타일 등 다양한 양식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놓고 연습해 볼 수 있게 했다. 여기서 스타일이란 문단 띄우기, 인용 문구 표기법, 인명 표기법 등을 통일성 있게 정해놓은 것을 말한다.

 

실제 미국 대학 내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스타일은 APA스타일로 교수님들께서 ‘APA스타일로 과제를 작성해오라’고 주문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또한 설득적인 글쓰기, 사실적인 글쓰기, 종합적인 글쓰기 등 글의 종류에 따라 각기 다른 글쓰기 방법도 훈련한다. 지난 학기 수업을 수강했다는 애나(아칸소대 사회학 2학년)는 “에세이의 성격에 따라 글 쓰는 법을 배운 것이 가장 유용했다”며 “사회학과 수업에서는 다양한 글을 써야할 일이 많기 때문에 여러 가지 글 쓰는 방법을 다양하게 배워둔 것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두 번째 교재인 ‘Perspectives on Contemporary issues’는 미국 사회의 핵심 이슈에 대한 전문가들을 견해를 모아 놓은 책으로, 상식을 넓히고 자신만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구성해 놓았다.

 

Composition1 수업을 담당한 아칸소대 영문학과 포포브 교수는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지식을 풍부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핵심 이슈에 대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다양한 견해를 실어놓은 책을 선정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학기의 마지막은 ‘Devil’s highway’를 읽고 APA스타일로 글을 작성해 제출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Devil’s highway’는 미국 내 불법 이주민들의 이주 역사 과정을 논픽션 형식으로 다룬 책으로 퓰리처 상 수상후보에 올랐던 작품이기도 하다. 실제 학기 중에는 저자인 Urrea가 방문해 학생들과 책에 대해 토론해보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라이팅 센터

그러나 한 학기짜리 수업으로 대학 내에서 겪게 되는 글쓰기 고민을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수준 높은 글쓰기가 필요해지고, 또 개인별로 겪는 어려움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해 미국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Writing Center를 운영하고 있다. 라이팅 센터는 학생과 튜터가 에세이에 대해 1:1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곳으로 이곳에선 단순한 에세이뿐 아니라, 연구 조사법, 졸업 논문까지 다양한 분야를 지도하고 있다.


아칸소 대학 내 위치한 라이팅 센터 역시 1984년 설립 이후 많은 학부생들의 환영을 받고 있는 곳 중 하나다. 라이팅 센터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웹사이트에서 원하는 튜터와 시간을 선택해 미리 예약만 하면 된다. 예약 시간은 30분부터 2시간까지 가능하며, 비용은 학생회비에 포함된 것으로 무료다. 예약만 한다면 일주일에 몇 번씩 이용 가능하다. 튜터는 주로 지역 사회의 대학생들이 맡아 진행하고 있으며, 국제학생들을 위한 ESL Writer라는 프로그램도 따로 운영되고 있다. 라이팅 센터장인 밥은 “많은 외국인 학생들이 라이팅 센터를 이용한 후 만족감을 표시했다”며 “우리 스스로도 센터 운영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 라이팅 센터를 자주 이용한다는 일본 국제학생 아키(아칸소대 국제관계학 2학년)는 “처음 대학에서 수업을 들을 때 제일 막막한 것이 에세이 쓰는 것이었다”며 “담당 교수님이 라이팅 센터를 추천해줘서 이용하게 된 이후 굉장히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소회를 전했다. 


그러나 이러한 라이팅 센터 내에서도 철저한 규칙이 존재하니 바로 절대로 튜터가 써주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튜터가 써주는 것’의 의미에는 단순히 대신 써준다는 의미만 담겨있는 것이 아니다. 6개월째 이곳에서 튜터로 활동하고 있다는 베일리(털사대 인류학 3학년)는 “가끔 에세이를 다 작성한 후 어떤지 평가만 해 달라고 찾아오는 학생들이 있다”며 “그렇지만 우리는 이런 검증작업은 해주지 않는다”는 원칙을 밝혔다. 이 외에도 단순 문법교정 작업이나 구체적인 예시를 제안하는 등의 작업은 튜터링 제외 항목이다.


이런 원칙을 세운 이유에 대해 라이팅 센터장 밥은 “라이팅 센터가 교수들로부터 신임을 받기까지 굉장히 힘들었다”며 “라이팅 센터가 단순히 학생들의 에세이를 대신 써주는 곳이 아니라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더 잘 이끌어내고 더 나은 글을 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임을 분명히 하기 위해 이런 규칙을 세웠다”고 밝혔다.
‘물고기를 먹는 법보다는 잡는 법’을 알려준다는 라이팅 센터의 문은 오늘도 학생들을 향해 활짝 열려있다.

 

mini interview

 

베일리 털사대 인류학 3학년
아칸소대 라이팅 센터 튜터

 

아칸소대 라이팅 센터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베일리, 그녀는 자신이 지도해준 학생이 좋은 성적을 못 받았을 때 가장 속상하다고 말한다. “그럴 땐 교수님이 지적해준 코멘트를 분석하거나 빠뜨린 부분은 없었는지 함께 분석해요. 사실 교수님이 까다롭다고 같이 뒷담화도 하고요(웃음).”
한국 교환학생들의 에세이도 튜터링 해준 적 있다는 베일리는 한국 학생들의 소극적인 모습을 지적한다. “보통 이 곳의 다른 학생들은 2주 전부터 찾아와 브레인스토밍부터 메인 주제잡기, 예시 찾기 등을 천천히 함께 해나거든요. 그런데 한국 학생들은 완성한 에세이를 들고 와 문법 교정만 요청하는 경우가 많죠. 마감 날짜가 다음날인 에세이를 들고 와 당황스럽게 할 때도 있고요.”
인터뷰 중, 2시까지는 시간이 있다고 했던 베일리에게 한 학생이 10분 정도 일찍 찾아왔다. “린지! 일찍 왔네요. 예시는 좀 찾았어요” 린지(아칸소대 커뮤니케이션학 1학년)가 손가락 3개를 펴보이자, 베일리가 엄지를 치켜든다. “2주째 같이 기말 에세이를 준비하고 있는 학생이에요. 요즘엔 기말고사 기간이라 센터를 이용하는 학생들이 많아 분주하거든요. 학생 당 한정된 예약 시간이 있기 때문에, 하고 싶은 얘기를 다 못하고 끝내는 경우도 생겨요. 그럴 땐 정말 제 시간을 더 쪼개서라도 지도해 주고 싶은데, 뒤에 예약한 또 다른 학생 때문에 할 수 없이 끝내야 해서 정말 안타까워요. 지금도 얼른 튜터링을 시작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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