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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춘천가는 기차 …

작성일2010.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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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춘천 가는 기차는 나를 데리고 가네
오월에 내 사랑이 숨쉬는 곳
지금은 눈이 내린 끝없는 철길위에
초라한 내 모습만 이 길을 따라가네
그리운 사람

- 김현철의 `춘천가는기차` 中 -

 

 

`춘천가는 기차` 듣기만해도 가슴 설레는 단어가 아닌가.

청량리역에서 삼삼오오 모여 엠티를 떠나던 이들, 짧아진 머리와 사랑하는 이를 뒤로한채 기차에 몸을 실을 수 밖에 없었던 이등병과 나홀로 떠나는 춘천여행을 즐겼던 이들까지 춘천가는 기차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진 사람들을 수도없이 실어다주었던 경춘선 기차가 지난 12월 20일을 마지막으로 운행을 중단했다.

 

 

마지막 경춘선을 타러가는 길…

 

 

 

안개가 자욱하게 낀 오전 남춘천역. 이전 같으면 한산해야할 평일이지만 마지막 경춘선을 타려는 이들로 역전은 북적였다. 젊은날의 추억을 경춘선과 함께 간진한 노부부는 희끗희끗해진 머리로 남춘천역을 찾았다. 이제는 기억 속에서만 만날 수 있는 경춘선을 바라보며 지난날을 회상하는 듯 손을 꼭 쥔채 아무말이 없었다.

`전철개통하면 빨라지니까 좋기야 좋지~ 하지만 여행하는 맛이 없잖아` `꼭 없애야하나 가끔씩 이벤트로 운영해주면 좋으련만...` 지난 경춘선에 대한 추억들을 가슴에 묻어야하는 이들의 아쉬운 마음을 담은 말들이 쏟아져 나온다.

 

 

 

 남춘천역앞 군밤파는 아주머니들. 오랜만에 온 고향에 빈손으로 들어가기 머슥하여 잘 구워진 따듯한 밤을 한봉지씩 사들고가면 마음까지 따듯해졌다. 이제 남춘천역이 사라지면 군밤파는 아주머니들은 어디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배고픔을 달래주던 작은 매점도 경춘선의 마지막을 준비하기에 바쁘다.

 

 

마지막이 될 경춘선 타러가는 길. 다들 아쉬움이 남는지 추억을 남기려는 셔터소리가 분주하다. 유독 홀로 기차를 타는 사람들이 많았던 날이다. 지난날을 조용하게 회상하고 싶어서 였을까

 

 

지난 여름 기차안. 오순도순 옛이야기를 나누던 할아버지 두분의 모습이 떠오른다. 6.25를 겪고 춘천에 오기까지, 이제는 웃으며 말할 수 있는 지난 이야기들을 하나둘 풀어 놓으시던 모습. 지난날을 회상할 수 있고, 조금은 느리지만 4계절 변해가는 자연의 모습을 바라보며 조용하게 사색에 잠길 수 있게 만들어 주었던 것이 경춘선만의 매력이 아니였을까.

 

 

엠티가는 날, 미처 구하지못한 좌석탓에 입석으로 강촌까지 가야했지만 그저 즐거웠다. 기차를 오르내리는 작은 계단에 앉아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작은 카트에 먹을 것을 파시는 아주머니가 지나갈때면 무얼 먹을지 고민하는 즐거움으로 가득한 경춘선이었다.

 

나 또한 이제 21살 밖에 되지 않았지만,

수능을 30일 앞두고 독서실에서 무작정 나와 기차를타고 남이섬까지 갔었던 기억, 추운 겨울날 화구통을 들고 실기대회를 치루러 갔던 기억, 그토록 원하던 대학을 들어가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등록하러 가던날, 엄마와 싸우고 울면서 기숙사로 돌아가던길, 오랜만에 집으로 가는 기차안..

나의 모든 10대와 20살의 기억을 품고 있는 경춘선이 사라진다하니 무언가 지난날의 기억을 잃어버리는 것만 같고, 가슴이 뻥 뚤린 듯한 기분이다.

 

12월 21일. 경춘선 기차대신 전철이 그 길을 대신하고 있다. 어떤 이는 빨라지고, 편해지고, 싸져서 좋다하지만 어떤 이들은 느리지만, 조금 비싸지만 그 추억은 돈으로 살 수도 없는 것이라며 쓴웃음을 짓는다.

경춘선은 이제 기억 너머로 사라졌지만, 젊은날의 추억과 경춘선만의 특별함은 영원히 우리들 마음속에서 달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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