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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 전북에서 세계를 향해 날갯짓을 시작하다. [세계서예비엔날레1]

작성일2011.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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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이 더워서 땀을 흘리며 언제쯤 가을이 올까 손꼽아 기다린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하늘엔 구름 한 점 없고, 낮도 점점 짧아지는 것을 보니 이제 완전히 가을이 찾아온 것 같다. 과거의 어른들은 추수를 하고, 선비들은 공부를 하며, 아이들은 밖에서 뛰어노는 계절이라 하여 가을을 “역동적인 계절”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역동의 사전적 의미는 “활발하고 힘차게 움직임”이다. 이와는 반대로 흔히 서예는 ‘정적인 예술’이라고 말한다. 과거 전통사회에서는 물론, 현대사회에서도 그동안 서예는 지나치게 정적인 예술로 간주해 왔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서예는 “역동”그 자체이다. 가을의 ‘역동성’과 서예의 ‘역동성’이 만나 세계화를 위해 전북에서 날갯짓을 시작했다.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는 1997년부터 2년에 한 번씩 전북에서 열렸으며 올해로 8회째를 맞는다.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는 이름에 걸맞게 한국, 중국, 일본을 포함하고 그 밖에 서예문화를 가지고 있는 나라가 협동으로 작품을 제작한 대규모의 행사이다. 이번 비엔날레는 여느 때의 비엔날레와는 다르게 다양하고 실용적인 부대행사와 대중적인 작품 전시로 인해 전북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서예계의 사람들, 타지방의 일반인들도 많이 참석해 ‘가장 권위 있는 한국 서예계의 최대 행사’라는 수식어를 부끄럽지 않게 하고 있다.



 

서예비엔날레에서는 서예를 접하지 않은 일반인관람객들을 위해 한 쪽 벽면에 서예 작품 감상법을 적어 놓았다.


1. 체(體)

서예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작가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이 작품은 무슨 체로 쓴 것인가요”라는 질문이다. ‘체’에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자체(字體)와 서체(書體)가 바로 그것이다. 자체란 글자의 꼴을 말한다. 문자가 발전해오는 과정에서 획이 더해지거나 줄어들 때, 곡선과 직선 등의 변화로 인해 문자의 구조에 변화가 생겼을 때 그 변화된 구조에 따라 분류한 것이 자체이다.

서체는 같은 자체의 글자를 쓰더라도 쓰는 사람의 개인적인 취향과 예술적 감각에 따라 각기 다른 모양으로 나타나는데 바로 그 사람이 쓴 글씨의 특징에 따라 붙인 이름이 서체이다. 예를 들어 같은 해서라도 과거에 구양순이라는 사람이 써서 붙여진 구양순체나 안진경이 써서 붙여진 글씨체를 안진경체라고 부르고, 추사 김정희나 한석봉이 썼으면 추사체, 석봉체라고 부르는 것이 서체인 것이다.


2. 서예 작품 구성의 3요소-필획, 결자, 장법

필획이란 하나의 글자를 이루는 최소 단위의 ‘그음’을 이르는 말이다. 결자란 필획들이 모여서 이루는 한 글자의 구조를 말하고, 장법이란 작품의 전체적인 ‘어울림’을 이르는 말이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필획. 필획이 살아 있을 때에만 결구나 장법도 의미를 갖는다. 결구나 장법이 아무리 좋아도 필획이 살아있지 않으면 근본적으로는 서예라고 하지 않는다.


3. 살아있는 필획

위에서 말했듯이 살아있는 필획이란 말이 일반관람객들에게는 와닿지 않을 수도 있다. 살아있는 필획이란 코끼리가 육중한 다리로 강바닥에 딱 붙인 채 강을 건너듯이 종이를 뚫을 것 같이 붓과 종이가 밀착하여 사포 위를 지나가듯이 써야한다. 이런 필법으로 그은 필획을 살아있는 필획이라 말한다. 죽은 물고기가 떠내려가듯이 미끄러지며 흘러내리는 필획이나 ‘후’하고 불면 날아갈 것만 같은 가벼운 필획은 살아있는 필획이라고 할 수 없다.


4. 아름다운 결자와 장법

전체적인 분위기가 대소(크고 작음), 강약(세고 약함), 윤갈(윤기와 메마름), 비백(먹물이 묻지 않아 희끗함) 등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어 마치 음악처럼 율동감을 느낄 수 있어야 좋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1층~2층까지의 전시장에는 한, 중, 일 각국의 전통종이인 한지, 선지, 화지를 제공하고 기타 국가(독일, 미국, 멕시코, 스위스, 브라질, 캐나다, 프랑스, 이탈리아, 대만, 홍콩,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는 한국의 한지를 제공하여 총 16개국 유명작가 253명의 필력을 바탕으로 한 역동적인 작품을 제작했다.

 

이 전시의 특징은 종이의 색을 다양하게 해 ‘서예는 흰 종이에 검정글씨를 쓴다.’라는 편견을 버릴 수 있게 했다는 점에 있다. 많은 사람들이 서예는 ‘몸을 정갈하게 하고 먹을 정성들여 갈며 붓을 깨끗이 닦아 천천히 쓴다.’라고 생각을 하지만 이곳에서는 느렸다가도 빠르고, 약간은 먹물이 튀어 자연스러움을 살린 작품들을 볼 수 있다.




(한글을 조합한 것 중 현행 어문 규범에 따라 표기할 수 있는 글자를 폰트화시켜 전시해 놓았다.)


서예비엔날레에서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한글은 세계가 인정하는 우수한 문자이다. 우리 조상들은 이처럼 우수한 한글을 이용하여 편리한 문자생활을 함과 동시에 ‘한글 서예’라는 독특한 예술을 창조해냈다. 한글은 자음과 모음을 모아 쓸 수 있는 글자이기 때문에 초성, 중성, 종성을 조합하다보면 이론적으로는 수백만 자의 글자도 생성할 수 있고 그런 글자들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음을 표기하는 데 실질적으로 사용이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행 어문 규범에 따라 자음과 모음을 모아 표기할 수 있는 글자는 모두 11,172자이다.


이 11,172자의 한글을 784명의 작가들이 1인당 14~15자 씩 나눠 써서 총 길이 약 30m의 대형작품을 제작하여 전시한 것이 [한글 ‘일만일천일백칠십이자’전]이다. 대내적으로는 한글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고 대외적으로는 한글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며 효용 면에서는 디지털 시대의 아름다운 한글 글꼴을 제작하는 데에 도움이 되고자 기획한 전시이다.




언제부터인지 우리 주변의 간판이나, 드라마타이틀, 영화타이틀, 많은 생활용품까지 서예를 디자인화해서 활용한 것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거의 서예디자인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서예 비엔날레의 디자인 서예전에는 한글, 한문, 문인화, 전각(도장)등을 디자인적 감각으로 제작한 작품을 전시함으로써 생활과 서예를 적극적으로 연계시키고 있다.

 

우리가 길을 지나다니거나 차를 타고 다니면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現代’와 현재 주말드라마를 방영하고 있는 ‘광개토태왕’, 주류의 ‘참이슬’이나 ‘처음처럼’같은 모든 로고는 서예로 폰트디자인을 한 것이다. 이 밖에 가방이나 조명등, 다과상, 화분까지 공간이 있다면 어느 곳이라도 서예디자인이 가능하다.






서예는 ‘지루하고, 고루하다.’라는 고정관념은 이곳 서예비엔날레에서 쉽게 깰 수 있다. 관람객 누구라도 즐길 수 있는 서예쓰기와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인 동굴벽화나 암각화의 탁본체험을 해보면서 서예와 친근해지고, 열쇠고리나 핸드폰 고리 등 기념품까지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해놓은 여러 부대행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부대행사에서 가장 큰 규모를 차지했던 ‘서예치료/서예웰빙’코너는 아이들에게 가장 관심이 많았다. 화선지에 자신이 마음에 담아두었던 이야기를 적거나, 문자나 그림을 새긴 전각을 화선지에 아무생각 없이 찍다보면 그 사람의 현재 심리와 문제점을 알 수 있고 전문가들은 이를 통해 부모와 아이들을 치료한다.

 

초기의 서예는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고 하늘과 소통하기 위한 주술성이었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실용성, 예술성, 수양성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현대에는 사람들이 서예의 치료성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는데 현재 재소자나 장애우, 알코올 환자, ADHD(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장애)아동, 노인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서예를 치료로 사용한지는 약 10년으로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치료효과가 상당해 최근 각광 받고 있는 치료 중 하나이다.

 


(-서예치료의 연구사례 보고, 아래-서예/전각을 놀이로 이해시킨 후에 아이들의 심리적인 상태를 조사함.)

 

비단 아이들뿐만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은 몸과 마음의 조화를 이루지 못하여 많은 질환을 앓고 있다. 극단적인 몸의 상품화나 극단적인 몸의 방치로 인한 현대인의 스트레스는 엄청날 수밖에 없으며 다양한 질환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서예치료는 이처럼 나 자신을 돌아보고 치우친 부조화를 극복하기 위해 마음과 몸의 어울림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에서는 많은 유익한 정보들을 얻어가고 내 인생에서는 전혀 상관없을 것만 같았던 서예에 한 발짝 더 다가가 어느샌가 서예의 매력에 푹 빠져있는 자신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가을에는 유난히 여러가지 축제가 각 지역마다 많이 열린다. 올해는 평소와는 다른 색다른 매력을 맛 볼 수 있는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에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번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는 이번 달 30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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