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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도 잘 해요, 자취의 달인 되기.

작성일2013.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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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혼자 산다는 건 밤새 TV를 붙잡고 드라마를 보아도, 끝판왕을 해치울 때까지 게임을 하여도 잔소리 들을 걱정이 없다는 것. 하지만 동시에 ‘엄마의 일’으로만 여겨왔던 요리와 청소, 특히 몹시 귀찮고 냄새 나는 일인 분리수거와 음식물 쓰레기 처리가 당연히 내가 신경 써야 할 일이 되는 것이다. ‘집 떠나면 고생이다’라는 말이 정말로 사실이었음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준, 동시에 나의 생활력을 주부 9단으로 UP↑ 시켜준 5년간의 자취생활. 한때의 나처럼 싱글 라이프에 대한 달콤한 로망을 품고 집에서 나온 이들은 주목하라. 5년 동안 쌓아온 내공으로 자취생활의 모든 것, 자취의 달인이 되는 비법을 내가 알려주겠노라.


“난 요리하는 거 좋아해.” “난 요리 잘하니까 괜찮을 거야.” 라고 평소에 말하고 다녔던 나. 정말로 나는 요리하는 것을 좋아했고 혼자 살면 근사한, 맛있는 음식들을 스스로에게 매일 대령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제와 생각해보니 집에선 설거지 걱정이 없었다. 나는 요리사였고 설거지를 도맡아 하던 주방 보조는 엄마였다. ‘그릇 하난데 뭐 내일 모아서 같이 씻지’ 하며 빈 그릇을 쌓아두고 설거지 더미로 가득 찬 싱크대에서 요상한 냄새가 올라 올 때까지 기다렸다 설거지를 한꺼번에 몰아서 하기 일수였고, ‘설거지도 귀찮은데 혼자 먹는걸 뭣 하러 거창하게 요리해’ 라는 게으름 섞인 생각이 점점 날 지배했으며 결국 잦은 외식과 배달음식으로 용돈 대부분을 날렸다.


그렇게 몇 번 집세를 뺀 나머지 용돈의 대부분을 먹을 것에 쓰다 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식비로 빠져나가는 돈이 아까워지기 시작했다. 사실 내가 요리 할 시간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고, 매번 거창하게 요리하지 않아도, 많은 재료를 들이지 않아도 간단한 한끼 음식 정도는 만들어 먹을 수 있지 않은가. 그래서 결심한 것이 교내 식당이나 학교 주변 음식점들은 대부분 가격이 착한 편이니 학교 가는 날 한끼 정도는 밖에서 먹되 그 외 식사는 일주일에 한번 장을 본 음식들로 해결하기로 했다.


밥을 먹을 때 마다 매번 새로 지을 필요는 없었다. 요즘은 싱글족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 1인용 가전제품이 많지만 내가 자취생활을 시작했을 때 찾은 가장 작은 밥통 크기는 3인분용 밥통이었다. 때문에 한번 밥을 지을 때 마다 많은 양을 만들어서 조금씩 나누어 냉동실에 얼려뒀는데 전자레인지 3분 이면 매번 방금 지은듯한 밥을 맛볼 수 있었다. 응용해서 국도 마찬가지로 한번 끓일 때 많이 끓여서 조금씩 나누어 냉동 보관했다가 녹여 먹어도 되고, 또 절대 한번의 요리로 다 쓸 수 없는 파, 마늘과 같은 채소들도 미리 썰어서 냉동보관, 마늘은 빻아서 초콜릿 모양으로 얼려서 요리할 때 마다 조각을 잘라서 써도 되게끔 준비해두면 마늘이 많이 들어가는 한식을 요리할 때 훨씬 편하다.



1. 김치와 캔 콜라로만 가득하던 나의 냉장고

2. 호박엿과 비슷해 보이는 다진 마늘 큐브

3. 만드는 방법이 간단해 자주 만들어 먹던 김치 비빔국수

사진/ 선수정


요리하기 제일 만만한 음식 재료는 바로 김치와 계란. 아무 생각 없이 아무 때나 냉장고를 열었을 때 냉장고에서 항상 찾을 수 있는 재료들이다. 나는 엄마가 보내준 김장김치 세 포기로 1년 내내 버텼던 적이 있는데 처음엔 라면에 곁들이는 반찬으로 시작해서 김치가 점점 익어가면 무난하게 김치찌개, 김치볶음밥을 만들어 먹었고 그리고 김치가 아주 묵었을 땐 묵은지 찜을 해 먹었다. 계란은 친구들과 술을 마신 다음날 고마운 재료였는데 물(혹은 멸치육수)에 청양고추, 양파, 소금 그리고 계란을 풀어 넣어 몇 번만 휘저으면 쓰린 속을 다스리는 최고의 계란탕이 된다.




설거지와 마찬가지로 ‘나중에 다 한꺼번에 모아서 할거야!’ 하고 구석으로 치워뒀던 빨래. 결국 입을 옷이 없는 사태가 발생하고 나서야 빨래더미를 살펴보면 이건 언제 묻은 김치 자국이며 어떻게 지워야 하는 얼룩인지 OTL. 세제물에 오랫동안 푹 담궈 놓으면 되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몇 시간을 담궈 놓아도 달라지는 것 하나 없더라. 얼룩 부분만 살짝 퐁퐁(설거지에 쓰이는 세제)을 사용해 문질러준 다음에 세탁기로 바로 2중 세탁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고 김치 국물의 경우 소량의 치약을 이용해 지울 수 있었다.

 

사실 옷에 묻은 얼룩보다 더 큰 문제는 다른 종의 옷들을 잘못 섞어 빨래를 하는 것. 좋아하는 옷을 잘못 세탁해서 줄어들거나 다른 옷의 색이 염색되어 흰 티셔츠가 검정 티셔츠가 되어 나오는 경험은 아직도 마음이 아프다. 자취생이라면 빨래 전에 필히 옷의 라벨을 확인하는 습관을 꼭 들이자.




공기가 습한 여름에는 빨래를 뽀송하게 말리는 것도 큰 난관이다. 빨래가 다 마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도 문제이지만 그 과정에서 옷에 쉰내가 남는다. 건조대의 양말은 아직 축축하고 서랍장에 바짝 마른 양말 하나 없다면 헤어 드라이기를 이용해 빨리 말릴 수 있다. 쉰내는 빨래 헹굼 마지막 단계에 식초 몇 방울을 물에 떨어트려주면 막을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쉰내가 발생한다면 섬유유연제나 샴푸를 풀어 살짝 헹군 뒤 꾹 짜서 다리미로 말려보자. 어느 TV프로그램에 나온 한 ‘자취의 고수’는 티셔츠를 헹군 뒤 꾹 짜고 난 다음에 수건을 여러 겹 겹쳐서 물을 흡수한 다음에 드라이기를 사용하길래 해 보았는데 확실히 더 빨리 마르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티셔츠 한 장을 위해 세 장 이상의 수건빨래를 만들어내서 별로였다.






혹시 위 그림에 공감하고 있진 않은가 주중엔 자취방 보다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을 것이고 자취방에 있게 된다고 해도 낮엔 침대 사용을 거의 하지 않으므로 방안 쓰레기를 비롯한 잡동사니들은 자연스레 침대위로 올리고, 반대로 밤에는 쓰지 않을 책상과 책상 의자 위로 고스란히 그 잡동사니들을 옮겨두는 생활이 반복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그림이다. 방 청소 외에도 화장실 청소나 부엌 청소 등 코딱지만한 집 하나 청소하기 왜 이렇게 힘든 건지 이것보다 몇 배는 더 큰 평수의 집을 매일 청소하는 엄마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지게 된다.


자취생이 가장 힘들다고 생각하는 청소는 아마 가스레인지 주변 기름기 제거와 화장실 변기 물 때 제거일 것이다. 잘 벗겨지지도 않고, 조금만 관리하지 않아도 청소 하지 않은 티가 확 나기 때문인데 가스레인지 주변의 기름때의 경우 귤 껍질로 더러운 부분을 닦아내는 것이 꽤 효과가 좋았다. 또한, 커피나 홍차를 마시고 난 뒤 머그컵에 홍차나 커피가 물든 부분을 제거하는 데에도, 싱크대 주변 물 자국/ 물때가 남은 자리에도 귤 껍질이 유용했다. 화장실 변기는 락스와 같은 세제를 풀고 구멍이 뚫려 신을 수 없는 스타킹을 막대에 뭉쳐 닦아내는 게 보통의 변기 청소용 수세미/ 솔 보다 더 잘 닦인다.


마지막으로 청소보다 청소 후 뒤처리 부분에 속하는 분리수거와 음식물 쓰레기 처리. 한번은 큰 쓰레기 통이 너무 높아서 쓰레기 봉기를 그 앞에 두었는데 관리 아저씨께서 쓰레기 봉지를 뒤져 친히 집까지 찾아와 경고를 주신적이 있었다. 나처럼 창피한 일을 경험하고 싶지 않다면 분리수거, 음식물 쓰레기 관리에 신경을 쓰자. 이웃과의 트러블도 훨씬 줄어들 것이다. 특히 음식물 쓰레기 같은 경우는 오래 두면 냄새도 훨씬 더 고약해지고 물까지 생겨 쓰레기장까지 가는 길 따라 흔적을 남길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한다. 썩지 않은 음식물 잔여물은 봉지에 담아 음식물 쓰레기가 어느 정도 모일 때까지 냉동 보관하면 집안 쓰레기 냄새걱정도 없고 편하다.


사실 자취의 달인이 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내가 이렇게 누군가와 생활의 지혜를 공유하기까지 그리 험난한 길을 걸어온 것 같진 않다. 하지만 문제에 많이 부딪혀 보고 자기에게 가장 잘 맞는 방법을 찾아 문제를 풀려고 노력하면 쉽게 얻어지는, 마치 게임에서 적이나 장애물을 극복했을 때 보상으로 받는 경험치를 얻는 것과 같다.


스무 살. 미성년자에서 성인으로, 어쩌면 가족과 떨어져 새로운 지역에서 새로운 사람들과의 생활이 시작되는, 여러 가지 변화를 가장 많이 겪을 나이이다. 내가 혼자서도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는지, 내가 얼마나 큰 세상 속에서 살고 있는지 열심히 경험 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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