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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일간의 세계 일주로 사진전을 연 대학생을 만나다

작성일 2017.06.08

500일간 세계 일주를 하고 난 뒤 사진전을 열어 배낭여행을 꿈꾸는 학생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는 인물이 있는데요. 인하대학교 언론정보학과 4학년 유동우 여행사진작가(28)입니다. 유 작가는 필리핀을 시작으로 중국과 이란, 아르메니아, 케냐, 탄자니아, 말라위, 모잠비크를 거쳐 쿠바까지 42개국을 돌며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 인천 한중 문화관 유동우 사진작가 개인 사진전
▲ 인천 한중 문화관 유동우 사진작가 개인 사진전

유 작가는 처음부터 사진전을 목적으로 여행을 떠난 건 아니었습니다. 한국에서 중고 미러리스 카메라를 구매하여 사용하다가 사진의 매력을 알게 된 후 더 좋은 카메라를 구매해 혼자 사진을 공부하고 자신의 색깔을 찾아가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와 찍은 사진을 정리하며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 사진전을 열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유 작가의 이야기를 더욱 자세히 듣고 싶어 지난 5월 6~9일 인천 한중 문화관에서 열린 개인 사진전을 찾았습니다. 사진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단 한차례도 없는 평범한 학생이었던 그가 어떻게 사진전을 열 정도의 실력을 갖추게 됐는지도 궁금했습니다. ‘지구 반대편 사진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유 작가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 사람, 이야기가 사진에 고스란히 잘 담겨 있었습니다.

지금부터 세계여행을 꿈꾸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유 작가의 500일간의 스펙터클 했던 여행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Q. 안녕하세요, 유동우 씨. 간단한 자기소개와 사진전을 개최한 소감에 대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인하대학교 언론정보학과에 재학 중인 유동우입니다. 대학교 1학년 때 태국 배낭여행을 하다 세계여행을 꿈꾸게 돼서, 군 제대 후 2년간 아르바이트와 장학금으로 1500만 원을 모아 세계 일주를 떠나기로 했어요. 2015년 10월부터 중국에서 여행을 시작해 올 1월에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현재는 학교를 졸업하기 위해 마지막 남은 학기를 다니고 있고 다른 학생들처럼 평범하게 취업 준비를 하고 있어요.

제 사진을 사람들과 공유하니 감회가 새로워요. 사진전 개최를 결심하고 주위 친구들에게 알리면서 준비하는데 굉장히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친한 친구가 액자 사업을 하는데 원가로 사진 액자를 제공해주었고, 홍보와 포스터 제작은 친한 후배가 자발적으로 도맡아서 해주었어요. 또 제가 다니고 있는 학교 총장님께서도 저를 불러 격려해 주셨죠. 이곳에서 사진전이 끝난 후에도 인하대학교 60주년 기념관에서 사진전이 열리게 됐어요. 학교에서 사진 액자를 옮겨줄 차량과 장소를 지원해준 덕분입니다. 사진전을 도와준 많은 분에게 고마움과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Q. 대학교 1학년 때 태국 여행을 하다 세계 여행을 꿈꾸게 됐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A. 7년 전 태국을 2주 동안 혼자 다녀왔어요. 태국에 전 세계 배낭여행자들의 베이스캠프라고 별칭이 붙을 만큼 여행자들로 북적이는 ‘카오산 로드’라는 곳이 있어요. 여행 첫날 새벽에 그곳에 도착했어요. 카오산 로드를 직접 눈으로 보고 느낀 건 신선한 문화 충격이었어요. 세계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줄 상상도 못했거든요.

특별한 건 아니었는데 지금도 그 순간의 떨림과 설렘을 잊을 수 없어요. 그때 그 분위기가 너무 좋았어요. 여행을 하는 사람들과 맥주 한잔하면서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세계여행에 대한 꿈을 키우게 됐죠. 뚜렷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군대에 다녀온 후 악착같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돈을 모았고 여행을 시작하게 된 거예요.

Part 1. 훈자마을


▲ 파키스탄 '카라코람 하이웨이'
▲ 파키스탄 '카라코람 하이웨이'

Q. 중국을 여행 시작점으로 잡은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서요?

A. 여행 시작 전부터 특별하게 가고 싶은 곳이 있었어요. 파키스탄에 '훈자'라는 곳인데 배낭여행자들이 이곳에 가면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싫을 만큼 행복하고 기분이 좋다고 했어요. 이미 다녀온 사람들은 여전히 다시 가고 싶은 여행지 1순위로 말해요. 사실 저도 지금 그래요.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사람들이 반겨줬었고, 천상의 트레킹 코스 '라카포시'를 비롯한 설산과 호수가 있는 이상적인 여행지였어요. 여기를 가기 위해선 중국 신장을 통해 가야 했죠.

위에 보이는 사진은 ‘카라코람 하이웨이’라는 길인데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고속도로예요. 중국에서 훈자를 가는 길에 찍은 사진인데 여행하면서 다녔던 길 중 다른 어느 곳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멋지고 아름다웠어요. 20시간 이상 버스를 타고 갔는데 차창 밖 풍경을 카메라로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멋진 장관이 계속 펼쳐졌어요.

▲ 파키스탄 훈자마을
▲ 파키스탄 훈자마을

Q. 훈자 마을에 있을 때 생명의 위험을 느꼈던 적이 있었다고 들었어요.

A. 여행을 하면서 ‘죽다 살아났네’라고 느낀 적이 2번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2번 모두 파키스탄 훈자에 있었을 때 그런 경험을 했죠. 여기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진도가 높은 강한 지진이 발생했어요. 국제뉴스에서도 연일 이 소식을 다룰 정도로 주변 지역의 피해가 컸죠. 눈앞에서 거대한 흙 산이 무너지는 것을 목격했는데 겪어보지 않으면 그 느낌을 알 수 없을 거예요. 자연의 무서움을 알게 됐고 스스로 겸손해지게 된 계기가 됐죠. 인접 국가 아프가니스탄이 진원지였는데 지진이 조금만 더 강했으면 ‘죽었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 해발 7,800M ‘라카포시’
▲ 해발 7,800M ‘라카포시’

또 다른 일화를 말씀드릴게요. 훈자에선 배낭여행자들이 가는 필수 코스 중 하나가 ‘라카포시’ 베이스캠프까지 트레킹을 가는 거예요. 제가 갔을 때 겨울로 넘어가는 시즌이라 여행자가 많이 없더라고요. 함께 할 동행을 구하고 있었는데 사람이 없어 찾는 게 쉽지 않았어요. 그 당시 현지인들도 산에 눈이 많이 쌓였으니 안 가는 게 낫다고 조언을 해주었지만, 이왕 여기까지 왔는데 포기할 수가 없었어요.

19살 앳된 소년 가이드 한 명을 대동해 라카포시 베이스캠프를 향해 출발했어요. 산 중턱에 올라가니 눈이 무릎 높이만큼 차기 시작해 체력이 금방 바닥나는 거예요. 에베레스트 등산할 때보다 더 힘들었고, 설상가상으로 가이드까지 눈 때문에 길을 잃어버리는 절망적인 상황이 발생했죠. 9시간 정도 길을 헤맨 끝에 겨우 베이스캠프에 도착했는데 진짜 운이 좋았어요. 다 얘기할 수는 없지만 춥고 배고프고 정말 위험한 순간이 많았어요. 여행지에서 현지인들이 “위험해서 가지 않는 게 좋을 거다”라고 하면 그 말에 따르는 게 정답인 것 같아요.

Part 2. 아프리카 여행기


▲ 말라위 리빙스토니아 가는 길
▲ 말라위 리빙스토니아 가는 길

Q. 아프리카를 5개월 정도 여행하셨는데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를 얘기해주세요.

A. 아프리카는 정말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는 곳입니다. 이렇게 극한 상황에서도 '생존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음식을 가리는 편이 아닌데 먹을 수 있는 음식도 많이 없었고 너무 더워 식욕도 저하됐어요. 온종일 음료수만 마시면서 배를 채웠던 적도 있어요.

아프리카는 교통이 열악해요. 기본적으로 대중교통이 잘 되어있지 않고 시내에서 조금만 나가도 비포장도로여서 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 자체가 모험이었어요. 그래서 아프리카에 있을 땐 제가 차를 빌리지 않는 이상 주로 히치하이킹을 이용했어요.

말라위에 있는 리빙스토니아로 갈 때도 우연히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친구들을 만나 차를 얻어 타게 됐어요. 그때 하나 기억에 남는 건 가는 중에 차가 진흙탕에 빠졌는데 주변에 있던 아이들이 부탁을 받지 않았음에도 저희를 도와줬던 일입니다. 처음에는 속으로 '정말 착한 아이들이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다 TIP을 받기 위해 열심히 도와준 거더라고요. 여행하면서 공짜는 없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죠. 결국, TIP을 주고 무사히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었답니다.

▲ 말라위 호수에서 아이들과 함께.
▲ 말라위 호수에서 아이들과 함께.

Q 작가님이 촬영한 아프리카 사진을 보니 현지인들과 찍은 사진이 많아 보여요. 현지에 적응하는 게 어렵지 않았나요?

A. 여행자들마다 여행을 대하는 가치관이 다 달라요. 어떤 여행자들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를 꼭 가야만 하는 사람이 있어요. 하지만 저는 여행할 때 그게 우선순위가 아니었어요. 관광지 한두 군데는 가지 않더라도 그 나라의 진짜 로컬 문화를 즐기고, 현지인들과 어울려 지내며 친구가 되고 그들과 추억을 쌓는 게 저에게는 더 중요했어요.


▲ 모잠비크에 살고있는 소말리아 난민가족
▲ 모잠비크에 살고있는 소말리아 난민가족

모잠비크 남풀로를 향해 가는 중에 현지인 친구를 사귀게 됐어요. 아직도 그때가 생생하게 기억나는데 이름은 ‘술리만’ 대가족의 가장이었죠. 소말리아 난민이었는데 지금은 모잠비크에서 살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어요. 얘기가 잘 통해서 이 친구 집에 놀러 갔는데 하룻밤 자고 가라 권해서 잠시 이곳에 머무르게 됐죠.

이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유심히 지켜봤어요. 얼마나 힘들게 살고 있는지 알 수 있었죠. 술리만 아들 중 한 명은 말라리아에 걸려서 일어나지 못했고, 옆집에서 갑자기 통곡 소리가 나길래 봤더니 아이가 아파서 죽었어요. 대부분의 아이가 돈이 없어 병원 갈 여력이 안 돼요. 그렇게 없이 사는데도 방을 내주고 술이며 음식이며 저를 귀한 손님으로 대접해주었어요. 참 고마웠어요.

Part 3. 콜롬비아 게스트하우스


▲ 콜롬비아 메데진 SUPER 게스트 하우스 앞 공원
▲ 콜롬비아 메데진 SUPER 게스트 하우스 앞 공원

Q. 콜롬비아에서 여행자들을 위해 직접 무료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셨다고 들었어요.

A. 네. 남미 여행 중 콜롬비아 메데진에서 한 달간 무료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한 경험이 있어요.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직접 게스트하우스를 열어 여행자들을 초대해 이야기도 나누고, 음식도 같이 만들어 먹고, 술도 마시면서 여행을 즐기고 싶은 로망이 있었어요. 그동안 너무 쉼 없이 달려오기도 했죠. 1년 이상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니 단순 유명 관광지만 다니는 게 어느 순간 지루해졌죠.

Q. 콜롬비아 ‘메데진’을 특별히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A. 콜롬비아 물가는 다른 남미 국가보다 저렴했어요. 한 달 동안 머무를 방을 찾고 있었는데 임대료도 부담이 없는 가격이었고, 삼겹살 한 근은 우리 돈 1,500원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여행 경비가 다 떨어져 가는 저에게 있어서는 매력적인 나라였어요. 콜롬비아 메데진을 선택한 또 다른 이유는 미인의 도시로 유명했기 때문이었죠. 꼭 여기서 한 달간 지내고 싶었어요. (웃음)

▲ 콜롬비아 메데진 SUPER 게스트 하우스에서 여행자들과의 저녁식사
▲ 콜롬비아 메데진 SUPER 게스트 하우스에서 여행자들과의 저녁식사

Q. 사람들을 어떤 경로로 초대했고 한 달 동안 게스트하우스로 운영할 집을 어떻게 구하신 건가요?

A. 콜롬비아는 스페인어를 사용하지만, AIRBNB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영어도 잘해 큰 어려움 없이 집을 구할 수 있었어요. 여러 집을 웹상에서 확인했고 그중 마음에 드는 곳을 선정해 집주인들에게 메데진에 도착하기 며칠 전에 연락했어요. 한 달 동안 집을 빌릴 테니 할인된 가격으로 방을 제공해 달라고 메시지를 보냈죠. 그다음에는 그중에서 가장 가격이 저렴하고 접근성이 좋은 집을 택해서 계약했어요.

▲ 콜롬비아 메데진 SUPER 게스트 하우스에 방문한 사람들
▲ 콜롬비아 메데진 SUPER 게스트 하우스에 방문한 사람들

집을 빌린 후에는 카우치 서핑과 한국 여행자 커뮤니티에 글과 사진을 올려 무료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한다고 홍보했어요. 무료로 방을 제공한다고 했기에 반응이 아주 뜨거웠고 미국, 일본, 중국, 아르헨티나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여행자들이 찾아왔습니다. 단순했던 배낭여행에 활기가 붙었고 원하던 해답을 얻은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편안한 침구류가 있는 아늑한 공간은 아니었지만 새로 사귄 친구들과 매일 밤 서로의 인생사와 여행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인의 비율이 높아져 한인 게스트하우스로 변해버린 것에 대해 아쉬움은 있었지만, 그것도 나름 재미있었습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않고 남이 가는 관광지를 쫓아다녔다면 제가 진정으로 원했던 여행을 하지 못했을 거예요.

▲ 모로코 사하라 사막
▲ 모로코 사하라 사막

Q. 앞으로의 목표나 계획이 있나요? 계속 여행사진작가를 하실 건지 궁금합니다.

A. (웃음) 사실 저는 아직도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여행을 떠나 사진작가의 일을 계속할 건 더더욱 아닙니다. 앞에서 제가 잠깐 언급했듯이 남은 학기를 다니면서 학교를 졸업할 예정입니다. 그다음에 취업을 할 지 아니면 새로운 일에 도전할지 고민하며 목표를 정할 거예요.

Q. 마지막으로 배낭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을 한다면?

A. 자신만의 여행 템포를 잘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여행하는 내내 즐겁고 좋은 일만 생길 수는 없거든요. 특히 혼자서 오랫동안 여행하면 외롭고 힘든 순간이 분명 찾아와요. 이러한 과정도 다 여행의 일부라 생각하고 잘 극복하고 견뎌내야 합니다.

저도 갑자기 여행하는 게 너무 귀찮아서 숙소에서 나오지 않고 한국 드라마를 몰아서 봤던 적이 있어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푹 쉬었죠. 그렇게 쉬면서 여행의 리듬을 되찾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서 여행지에서의 순간순간을 즐겼죠. 여행 계획은 언제든 바뀔 수 있고,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계획대로 안된다고 해서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배낭여행을 꿈꾸는 여러분들을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파이팅!

※ 지구 반대편 사진전


▲ 이란 이스파한
▲ 이란 이스파한

▲ 페루 리마
▲ 페루 리마

▲ 아르메니아 가르니
▲ 아르메니아 가르니

▲ 케나 로이토키톡
▲ 케나 로이토키톡

▲ 나미비아- FISH RIVER CANYON 가는 길
▲ 나미비아- FISH RIVER CANYON 가는 길

▲ 파타고니아 3번 국도
▲ 파타고니아 3번 국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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